사진: Unsplash 의 bckfwd

발리에서 ‘진짜 발리’를 느끼고 싶다면, 저는 주저 없이 짬뿌한 릿지 워크(Campuhan Ridge Walk)를 추천합니다. 우붓(Ubud)의 중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도심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자연과 마음이 나란히 걷는 트레킹 코스였어요. 제가 이 길을 걸으며 느꼈던 고요함, 그리고 풍경 너머의 의미들을 오늘 여러분과 나눠보려 합니다.

 

관광지 속 숨은 보석, 릿지 워크란?

짬뿌한 릿지 워크는 총 2km 정도 되는 능선 위의 트레일 코스입니다. 높지 않지만 양옆으로 펼쳐지는 골짜기와 푸른 계곡, 그리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초록빛 잔디길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어요.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인생 사진 명소'로 입소문이 났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더 깊은 매력을 지닌 장소입니다.

길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 느낌은 마치 조용한 명상처럼 다가옵니다. 이게 바로 릿지 워크의 진짜 가치 아닐까요?

 

시작 지점 찾기부터가 중요한 팁

많은 사람들이 릿지 워크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곤 하는데, 저도 그랬어요. 구글맵을 따라갔더니 이상한 골목길로 들어서버렸거든요. 확실한 포인트는 ‘Warwick Ibah Luxury Villas & Spa’라는 리조트를 기준으로 찾으면 됩니다. 리조트 옆의 작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Campuhan Ridge Walk’라는 표지판이 나와요. 이 순간부터 트레킹은 시작됩니다.

여기서 팁 하나! 너무 늦은 시간에 가면 땡볕에 지칠 수 있어요. 오전 6~8시 사이 또는 해질 무렵인 오후 5시 이후에 가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아침 일찍 다녀왔는데, 이슬 맺힌 풀잎과 부드러운 햇살이 어우러져 정말 그림 같았어요.

 

트레킹 중 만나는 풍경들 –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릿지 워크의 매력은 '계속해서 바뀌는 풍경'에 있어요.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양옆으로 울창한 계곡과 코코넛 나무가 펼쳐지고, 한참 걷다 보면 논밭과 전통 가옥이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나타나죠. 그 변주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요.

무엇보다 이 길의 특별한 점은 ‘조용한 길’이라는 거예요. 대부분의 트레킹 코스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이곳은 비교적 한적해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거든요.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가벼운 종소리까지. 그 순간, 제가 진짜 발리에 와 있구나 싶었어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 힌두 문화와 연결된 ‘길’

짬뿌한 릿지는 그저 자연만 있는 길이 아닙니다. 길의 시작점에는 ‘뿌라 구눙 레바 사원(Pura Gunung Lebah Temple)’이라는 오래된 힌두 사원이 있어요. 이 사원은 ‘영혼의 평화를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걷는 행위 자체가 힌두식 명상과도 연결돼 있죠.

현지인 중에는 이 릿지 워크를 따라 걷는 것을 하나의 ‘기도’로 여기기도 해요. 단순한 운동이나 트레킹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 행위로 여기는 거죠.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길을 걷는 태도 자체가 바뀌었어요. ‘빨리 걷는 것’보다, ‘느리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죠.

 

릿지 워크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중간쯤에서 돌아가지만, 저는 끝까지 가보길 추천해요. 마지막에는 ‘켐불(Campuhan) 마을’의 한적한 카페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 중 Karsa Kafe라는 곳은 꼭 들러보세요. 정글을 바라보며 로컬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경험, 이건 그 어떤 고급 리조트의 브런치보다 깊은 만족을 줬어요.

걸은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 단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돌아오는 길은 또 다른 느낌이 들어요. 같은 길인데, 햇빛 각도도, 풍경도, 심지어 제 마음가짐도 달라져 있었죠.

 

실제 트레킹 팁 요약

  • 총 거리: 왕복 약 4km (소요 시간 1.5~2시간)
  • 난이도: ★☆☆☆☆ – 누구나 가능하지만 햇볕 주의
  • 준비물: 물, 모자, 선크림, 가벼운 운동화
  • 가장 좋은 시간: 오전 6~8시 or 오후 5시 이후
  • 주의할 점: 중간에 상점 없음! 물은 반드시 챙기세요

 

마무리 – 조용한 길에서 나를 찾다

짬뿌한 릿지 워크는 ‘트렌디한 핫플’은 아니에요. 하지만 도시의 소음에 지친 여행자라면 이 길이 분명 특별하게 느껴질 겁니다. 저는 이 길을 걸으며 제 안에 남아있던 불안과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걸 느꼈어요. 누군가에게는 그저 걷는 길일지 몰라도, 저에겐 마음이 걷는 길이었습니다.

발리를 여행하신다면 꼭 하루쯤은 이 조용한 릿지 위에서 나만의 속도로 걸어보세요. 빠른 여행 속에서 잠시 ‘멈춤’을 느끼게 해주는 그 순간이, 가장 깊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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